산마리노의 신임 집정관으로 선출된 파올로 론델리 집정관은 이탈리아 성소수자 단체 아르치게이의 리미니 시 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금까지 공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총리는 몇몇 나라에서 있어 왔지만 국가원수의 사례는 이번이 최초이다.
산마리노가 6개월 임기의 국가원수인 집정관에 파올로 론델리를 선출하면서 세계 최초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국가 원수가 탄생했다. 론델리 집정관은 이탈리아 성소수자 단체인 ‘아르치게이’의 리미니 지부 회장을 맡은 바 있는 인물로, 산마리노의 초대 주미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리미니 시는 산마리노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에 위치한 도시로, 산마리노에서 10km가량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나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등 공개적으로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행정부 수반은 있었지만, 국가원수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론델리 집정관이 회장으로 있었던 아르치게이 리미니 지부에서도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축하를 전했다.
아르치게이 리미니 지부는 축하 성명을 발표하면서, “산마리노는 수년 전부터 인권의 영역에서 심도 있는 변혁의 길을 걸어왔다. 산마리노에서는 2004년까지만 해도 동성애가 범죄로 처벌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론델리 집정관의 선출은 놀라운 일이며 특히 인권 영역에서 지지부진 답보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감격스러운 일이다. 론델리 집정관은 몇 년 전(2018년) 리미니 지부와 협력해 산마리노에서 시민결합법이 통과되는 데에 공헌했으며 개헌 당시(2019년)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추가하는 데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 개헌안은 찬성 71%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통과되었고, 최근에는 77%의 찬성률로 자발적인 임신중단을 허용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또 이번 집정관 취임식에 외빈으로 참석한 이탈리아의 모니카 치린나 상원 의원도 산마리노 공영방송을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치린나 의원은 지난 2016년 이탈리아에서 시민결합법 제정을 주도한 인물이며 론델리 집정관과도 서로 오랜 시간 알고 지내왔다. 치린나 의원은 “산마리노는 차별 없는 통합과 평등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모범국입니다. 이번 사례가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에 덧붙였다.
집정관은 산마리노의 국가원수로, 산마리노 국회에서 6개월마다 2명이 선출된다. 실질적인 행정 권력은 행사할 수 없으며 국가원수로서 상징적인 권한만 가지고 있다.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내륙에 위치한 국가로, 2022년 2월 기준 등록 인구 수는 3만 3700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