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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파두 비샤: 포르투갈 전통음악의 퀴어한 재해석
    포르투갈어권/포르투갈 2022. 2. 13. 21:01

     

    Revista Continente에서 수집한 사진/Hermes de Paula

    *이 글은 출처에 표시한 여러 글을 바탕으로 글쓴이가 새로이 쓴 글입니다.

     

    매년 5월 중순, 유럽 국가들은 유로비전’(Eurovision)이라는 국가 간 음악 대항전을 연다. 유럽방송연맹에 가입한 국가들은 매년 국가대표 가수를 선발해 이 유로비전에서 경연을 펼치는데, 매년 각국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등극할 만큼 화제성이 높은 행사다. 각국은 보통 연초에 TV 경연 등을 통해 국가대표를 선발하는데, 오늘 글에서는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나선 드랙퀸 파두 듀오파두 비샤를 조명한다.

     

    포르투갈은 국내에서 음악축제’(Festival da Canção)를 개최해 유로비전에 내보낼 국가 대표를 선발하는데, 올해 음악축제에 참가한 20개 팀 가운데 파두 비샤’(Fado Bicha)퀴어한 파두를 노래하는 듀오 그룹으로, 작디작은 민족’(Povo pequenino)이라는 노래를 발표해 포르투갈 식민주의의 잔재와 살라자르 독재정권의 상흔을 노래했다. (*글 마지막에 가사 번역이 있습니다.)

     

    파두 비샤의 '작디작은 민족'
    “우리가 들어갈 공간이라곤 없는 이 규범과 규범화를 향한 충돌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변모합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노래를 만든다는 건 그다지 말이 되지 않아요”

     

    파두는 19세기 포르투갈 리스본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음악으로, 오늘날 포르투갈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악을 자리잡았다. 보통 파디스타’(fadista)라고 불리는 보컬 1명과 클래식기타 연주자 1, 포르투갈기타 연주자 1, 3명이 한 팀을 이룬다.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지만 주로 가난한 삶의 애환을 다루는 가사가 일반적이며, 특히 사우다드 (saudade)라고 하는 포르투갈 특유의 우수와 처량함의 정서를 노래에 담고 있다.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전통 음악인만큼 보수성이 강한 문화이기도 하다. 티아구 릴라 씨가 파두 비샤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릴라 씨는 파두를 배우기 위해 리스본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모우라리아 파두 학교를 다녔지만 그곳에 자신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느꼈다. 그곳에서는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할 수도, 트랜스젠더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도, 남자 가수가 화장을 할 수도 없었다. 릴라 씨의 노래는 파두라는 장르가 요구하는 규범의 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출처2의 기사에서 수집한 사진/Nuno Pinheiro

    심리학과 실험연극을 전공한 릴라 씨는 전통 파두에 도전하는 새로운 실험의 장을 만들고 실험과 전복을 통해 파두를 커밍아웃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우라리아 학교를 나온 릴라 씨는 리스본 시내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다녔는데, 우연히 공연을 보러온 주앙 카사도르 씨와 인연이 닿아 2017년 파두 비샤를 결정했다.비샤는 포르투갈어로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브라질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지만 점차 포르투갈로도 넘어와 사용되고 있는데, 파두 비샤 이전에 이미 여러 퀴어 예술가들이 전복의 언어로 사용한 바 있다.

     

    릴라 씨는 “(기존의) 파두에는 다양성을 위한 공간이 별로 없어요.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노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전에는 파두에서 대변받지 못했다고 느낀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은 이성애 규범적이지 않은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두 비샤가 불렀던 안드레의 순애보’(Namorico do André)는 파두의 대가인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부른 히타의 순애보’(Namorico da Rita)를 번안한 노래다. 원곡에 담겼던 리스본 히베이라 시장의 여성 히타와 남성 시쿠의 사랑 이야기를, 브라질 남성 안드레와 앙골라 남성 시쿠의 사랑 이야기로 번안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히타의 순애보'

     

    히베이라 시장에는 /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 어물전에서 일하는 히타와 / 어부인 시쿠의 이야기 ... 그가 그녀 옆을 지나가면 / 그녀는 철없이 웃어버려요라고 노래하는 원곡은 히베이라 시장에는 / 사랑 이야기가 있어요 / 어물전에서 일하는 안드레와 / 어부인 시쿠의 이야기 ... 그가 그의 옆을 지나가면 / 안드레는 철없이 웃어버려요라고 번안되었다. 포르투갈어는 형용사가 성별에 따라 다른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형용사의 형태를 통해 인물의 성별을 유추할 수 있는데, ‘철없이 웃어버려요라는 대목은 호드리게스의 원곡에서 여성형(‘sorri descarada’)으로 나타나 있지만 파두 비샤의 번안곡에서는 남성형(‘sorri descarado’)로 나타난 세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Wikicommons에서 수집한 사진. 리스본의 히베이라 시장의 모습. 도매시장이었던 히베이라 시장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부른 '히타의 순애보'의 무대가 됐다. 지금은 소매시장 겸 관광지인 Time Out Lisboa가 들어서 있다.
    '히타의 순애보'를 번안한 파두 비샤의 '안드레의 순애보'

     

    사회 내 여러 문제를 다루고 싶어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카사도르 씨가 전통적인 포르투갈기타와 클래식기타 대신, 일렉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사용하는 것도 그룹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카사도르 씨는 포르투갈 성소수자들은 어릴 적으로 폭력과 방치, 낮은 자존감 속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이해해갑니다.라며, 포르투갈이 비록 다른 나라들보다는 덜할지라도 성소수자 혐오적인 폭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아주 가까이에서 이를 목도하고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두가 본디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노래했던 만큼, 파두를 통해 거리의 현실을 드러내고 거리의 모든 이야기, ‘지하의 리스본을 노래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가족 내에서 거부당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노래한 등을 지고’(De costas voltadas)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노래다.

     

    뿐만 아니라 파두 비샤는 이미 있는 노래의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성애자가 아닌시인들이 쓴 시와 파두를 노래로 만들곤 한다. 카사도르 씨는 동성애자인 시인, 동성애자인 파디스타와 음악가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어요. 하지만 이들은 결코 자신들의 서사를 객관적이고 표면적으로 그려낼 수 없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커버한 내 사랑, 내 사랑’(Meu amor, meu amor)초록 조끼 소년’(Rapaz de camisola verde)도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이 노래의 원곡자들은 이 노래가 두 남성의 사랑 이야기라고 밝힌 바는 없지만, 파두 비샤는 퀴어한 재해석을 내놓았다.

     

    파두 비샤는 성소수자 문제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인종차별,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잔재 등 사회 내 각종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말한. 이들에게 있어 파두는 정치적 표현이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태어나지 않지만 정치적인 방식으로 길러집니다. 우리가 들어갈 공간이라곤 없는 이 규범과 규범화를 향한 충돌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치적으로 변모합니다.”라며 정치적이지 않은 노래를 만든다는 건 그다지 말이 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런 뜻은 포르투갈 최초의 흑인 당 대표인 조아신 카타르 모레이라 씨를 위해 부른 전례 없는 자’(O sem precedente)에도, 이번 유로비전에 내놓은 작디작은 민족에도 담겨 있다.

     

    출처2의 기사에서 수집한 사진/Teresa Lopes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우리의 모델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전설적인 파두 가수인데, 파두 비샤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덕분에 파두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릴라 씨는 호드리게스가 운동가의 기질을 가지고 전복과 변칙의 노래를 불렀다면서, 자신들의 퀴어함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얘기했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리스본이여, 그대는 프랑스가 되지 말아주오’(Lisboa, não sejas francea)는 파두 비샤의 리스본이여, 그대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 말아주오’(Lisboa, não sejas racista)가 되었고, ‘나는 벽에 대고도 고백하지 않아요’(Nem as paredes confesso)은둔 마초의 연대기’(Crónica do macho discreto)가 되었다.

     

    파두 비샤는 무대만큼 좋은 표현의 장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주로 리스본의 대표적인 게이 동네인 프린시프 헤알(Príncipe Real) 지역에 위치한 바인 '피날멘트(Finalmente)'에서 공연을 했다. 파두 비샤는 어딘가에서 2등으로 미약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중심이 되는 무대에 앉아 사회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소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체성 때문에 특히 SNS에서 원색적인 비난의 피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보수성이 강한 파두 장르 특성상 다른 파디스타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릴라 씨와 카사도르 씨는 단호했다. “가시성은 언제나 가치 있는 것이고 우리는 가시성을 위해 이미 많은 대가를 치렀어요. 치러야 할 대가라면 치를 겁니다.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작디작은 민족 / Povo pequenino

    Era o povo pequenino, pés descalços na geada
    서리 위에 맨발로 서 있던 작디작은 민족이었네
    Era o povo pequenino na cartilha da pancada
    체벌이라는 교과서 속에 있던 작디작은 민족이었네
    Era o povo pequenino, já puxava pela enxada
    이미 괭이를 들고 당기던 작디작은 민족이었네
    Era o povo pequenino a chorar na tabuada
    구구단표 위에서 눈물 흘리던 작디작은 민족이었네

    Morder os dentes, lamber os beiços
    이를 씹고 입술을 핥고
    Molhar pão velho na caldeirada
    오래된 빵을 생선스프에 적시곤 했네

    Ai, povo pequenino, pés na lama do destino
    아, 운명의 진흙에 발을 담근 작디작은 민족이여
    Ai, povo pequenino, pés na lama do destino
    아, 운명의 진흙에 발을 담근 작디작은 민족이여
    Não te pesa o coração com o chumbo da lição?
    그대의 심장은 무겁디무거운 교훈에 짓눌리지 않는가?
    Não te pesa?
    짓눌리지 않는가?

    Ai, povo pequenino, tão humilde e cabotino
    아, 그렇게나 겸손하고 가식적인 작디작은 민족이여
    Ai, povo pequenino, tão humilde, tão escarninho
    아, 그렇게나 겸손하고 그렇게나 남을 비웃는 민족이여
    Não te dói no coração o estilhaço do canhão?
    그대의 심장은 대포의 파편에 고통받지 않는가?
    Não te pesa?
    짓눌리지 않는가?

    No mar, a boiar, são cravos
    바다 위에는 카네이션이 부유하고 있고
    No fundo há feitos escravos
    바다 아래에는 노예들이 있구나
    Ai, quanto do teu sal
    아, 바다여, 네가 머금은 소금 중 얼만큼이나!

    Ó, povo pequenino, pobre povo pequenino
    오, 작디작은 민족이여, 불쌍한 작디작은 민족이여
    Ó, povo pequenino, pobre povo pequenino
    오, 작디작은 민족이여, 불쌍한 작디작은 민족이여
    Não te pesa o coração, tanto medo da canção
    그대의 심장을 짓누르지 않는가, 노래가 주는 커다란 두려움이,
    Tanto amor ao bastão
    곤봉을 향한 커다란 사랑이?

     

     

     

    (출처1)
    작성: Andreia Friaças, Público (포르투갈)
    기사 원문 작성일: 19.04.19
    기사 원문 제목: Fado Bicha: “Isto é fado”, mesmo que fale do Namorico do André e do Chico
    기사 링크: https://www.publico.pt/2019/04/19/p3/noticia/fado-bicha-isto-e-fado-mesmo-que-fale-do-namorico-do-andre-e-do-chico-1869531

    (출처2)
    작성: Giuliana Miranda, Folha de S. Paulo (브라질)
    기사 원문 작성일: 19.06.17
    기사 원문 제목: Em Portugal, Fado Bicha tira o tradicional gênero do armário
    기사 링크: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19/06/em-portugal-fado-bicha-tira-o-tradicional-genero-do-armario.shtml

    (출처3)
    작성: EFE (스페인)
    기사 원문 작성일: 19.11.01
    기사 원문 제목: El fado "queer" de Portugal se llama Fado Bicha
    기사 링크: https://www.efe.com/efe/espana/cultura/el-fado-queer-de-portugal-se-llama-bicha/10005-4100917

    (출처4)
    작성: Carina Branco, RFI (프랑스)
    기사 원문 작성일: 20.05.16
    기사 원문 제목: Fado Bicha: O duo que “desconfinou” o Fado
    기사 링크: https://www.rfi.fr/pt/mundo/20200516-fado-bicha-o-duo-que-desconfinou-o-fado

    (출처5)
    작성: johnnythepeter, Lyrics Translate
    기사 원문 작성일: 22.01.25
    기사 원문 제목: Povo Pequenino (traducción al Inglés)
    기사 링크: https://lyricstranslate.com/es/povo-pequenino-little-nation.html

    (번역)
    담당: 미겔
    최초 게시: 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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