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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전환치료’ 피해자들의 이야기스페인어권/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 2022. 5. 17. 18:56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서는 콜롬비아의 ‘전환치료’ 피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주의: 이 글에는 ‘전환치료’ 피해 당사자의 경험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안드레스는 오늘로 만 20세를 맞는다. 만 12살이던 해에는 콜롬비아 칼리에 있는 ‘만방의 평화 선교단’ 소속 교회에서 ‘동성애 전환치료’를 당했다. 이 선교단은 오는 5월 29일 치러지는 콜롬비아 대선에 출마한 존 밀톤 로드리게스 후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드레스는 여전히 그때의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제 안에 있는 동성애 악마를 꺼내기 위한 퇴마술을 행했어요.”
교회 사람들은 ‘전환치료’를 ‘해방의식’이라고 불렀다. 이 ‘해방의식’은 교외에 위치한 시골 집에서 행해졌다. 그곳에서 여섯 명의 남자들은 안드레스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복부를 짓누르며 반복적으로 똑같은 주문을 외워댔다. “우리가 너를 해방시킨다. 너는 모든 악마와 동성애로부터 자유롭다. 주님을 섬기는 삶을 방해하는 죄악을 버려라.” 안드레스는 “팔다리를 움직여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기분이 너무 안 좋았어요. 저는 그때 너무 어렸고, 저를 잡고 있던 남자들은 모두 성인이었어서 힘이 아주 셌어요.”라며 당시를 기억했다. 또 이러한 ‘해방의식’이 마약중독자, 알코올중독자, 동성애자들에게만 행해졌다고 말했다.
톰슨 로이터 재단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성소수자 5명 중 1명은 ‘전환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트랜스젠더의 경우 이 수치는 3명 중 1명꼴로 증가한다. 콜롬비아 성소수자 단체 ‘다양한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후안 펠리페 리바스 씨는 “정작 이러한 고문과 학대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전환치료’라는 사실을 제대로 모릅니다. 이건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전환치료’는 공개적으로 홍보되는 일이 없을뿐더러 ‘전환치료’를 행하는 단체들이 ‘전환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통계 수치는 훨씬 더 우려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이러한 행태는 콜롬비아에서 범죄가 아니다. ‘전환치료’는 어떠한 심리학 전문 기관으로부터도 치료의 성격을 공인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행위로 취급받는다. 즉,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을 ‘교정’하기 위해 암암리에 미신과도 같은 종교의식을 행하고 물리적 폭력과 위협, 학대를 가해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올아웃’은 콜롬비아 내 ‘전환치료’ 중단을 촉구하며 4만 8000명의 서명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5월 10일 마우리시오 토로 국회의원이 대표로 있는 중도 성향의 정당인 ‘녹색연합’은 성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 금지를 명시한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프랑스, 캐나다, 칠레, 에콰도르 등 여러 나라에서 그러했듯 콜롬비아에서도 ‘전환치료’를 금지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4만 명의 서명인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치료’할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두려움에 빠진 채 살아서는 안 됩니다.”
이 법안은 ‘전환치료’를 제공, 홍보, 시행하거나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행위를 분명히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공자금이 ‘전환치료’의 시행 및 홍보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제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아웃라이트 인터네셔널’의 알베르토 데 벨라운데 대변인은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법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또 ‘올아웃’의 라틴아메리카 활동가인 안드레스 포레로 오르도녜스 활동가도 ‘전환치료’가 고문의 일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전환치료’를 금지하고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전환치료’는 성소수자들이 병을 가지고 있다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에 기초한 행위입니다.”
한편 콜롬비아 심리학회의 블랑카 바예스테로스 부회장은 ‘전환치료’의 피해자들이 자살충돌, 우울증, 불안증 등 여러 부작용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또 ‘트랜스젠더 지원 및 행동 그룹 재단’(Fundación GAAT)의 단네 아로 이사는 ‘전환치료’가 상당히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이 ‘전환치료’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는 거대한 방해물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아로 이사는 “친구들끼리는 그저 해프닝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굉장히 심각한 일입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전환시키는 시도를 한 거잖아요. 저의 경우엔, 제가 영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로 이사가 어릴 적 자신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 부모는 아로 이사를 ‘전환치료’ 프로그램에 등록시켰다.
그 후로 아로 이사는 긴 치유의 시간이 필요했고 가까운 이들과 경험을 나누며 오랜 시간을 보낸 지금에야 가족들과 이 문제에 대해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들은) 제가 ‘전환치료’를 받으러 갔을 때 제가 퇴마술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요.”
아로 이사에게 있어 ‘전환치료’의 경험은 특히나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사람들은 제 안에 어떤 악이 들어 있는지 찾아내기 위해 온갖 종류의 테스트를 했어요. 제 호르몬을 검사하기도 했고 어릴 적에 강간당한 적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어떤 종교시설에서는 퇴마술을 행하기도 했고, 저를 남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없애기 위한 정화 의식을 행하기도 했어요.”
세르히오도 만 14세가 되던 해에 같은 일을 겪었다. 세르히오의 부모는 아들을 기독교 심리상담가에게 데려갔고 그 심리상담가는 세르히오에게 어릴 적에 강간당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세르히오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이었지만, ‘전환치료’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세르히오는 심리상담가가 만약 ‘전환치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부모가 자신을 입원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심리상담가는 “전기충격 치료를 받게 될 거야. 너한테 벗은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고, 네 몸이 그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너한테 전기충격을 줄 거야. 너는 남자를 좋아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 다른 수많은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세르히오는 부모가 ‘자기 때문에 슬퍼할까봐’ 두려움에 사로잡혀 ‘전환치료’를 받아들였다.
또 다른 ‘전환치료’ 피해자인 오스카르는 지역 교회 사회의 리더가 되어 자신과 같은 다른 사람들을 ‘전환’시키는 데에 동참하기도 했다. “제 목사님은 어느 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어요. 나중에서야 예배에 참석했던 다른 사람들이 말해줬단 걸 알았죠.” 오르카르는 만 15살이던 해에 목사가 시키는 대로 ‘전환치료’를 받았다. “제 안에 나쁜 무언가가 있고 제가 죄를 짓고 있다는 말에 설득당해버려서 ‘전환치료’를 받아들였어요.”
오스카르는 ‘아구아스 비바스’(살아있는 물)라는 수업까지 들어야 했으며 그곳에서 결국 ‘탈게이’ 인증을 받았다. “그때부터 제가 그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어요. 저와 같은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너희는 죄인이라고 말했어요.” 오스카르는 피해자들이 죄를 고백하고 과거에 누군가로부터 추행당했기 때문에 자신의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도록 종용했다. “저는 ‘전환치료’를 당한 이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어요.” 오스카르는 엄격한 진행자였다. “참석자들에게 성관계와 자위행위를 그만두도록 했고 동성애적인 꿈을 꾼 사람들에겐 벌을 내렸어요.” 오스카르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길을 걷도록 했고 죄의식이 욕구를 압도하도록 했다.
하지만 교회 사회는 오스카르의 ‘변신’에 만족하지 않았다. 교회와 오스카르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오스카르가 메데인 시청 사무의 일환으로 지역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참석한 것을 두고 교회가 “쫓아내겠다”라며 협박하기 시작한 때부터다. 오스카르는 이 일 때문에 자신이 성관계를 가졌던 사람들을 적은 목록을 만들고 이들에게 사죄해야 했다. 목사는 이 모든 것이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금씩, 오스카르는 목사로부터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끝내 5년 뒤, 오스카르는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피해자들에게 끼친 상처에 대한 후회를 안고 교회를 떠났다.
(출처)
작성: Franco Lucía, El País (스페인)
기사 원문 작성일: 22.05.11
기사 원문 제목: “Te liberamos. Eres libre de todo demonio y homosexualismo”
기사 링크: https://elpais.com/america-colombia/2022-05-11/las-heridas-que-dejan-las-terapias-de-conversion-en-colombia.html
(번역)
담당: 미겔
최초 게시: 22.05.17'스페인어권 >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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