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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스페인 사회는 많이 진보해 왔어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요”스페인어권/스페인 2022. 3. 31. 22:24
스페인 트랜스젠더 단체 연맹 회장인 마르 캄브로예 씨(만 64세) 최근 수년 동안 스페인 사회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변화해 왔다면서, 성소수자의 가족들도 “자녀를 매질하던 가족에서, 자녀를 꼭 안아주고 자녀가 가는 길을 함께 걸어주는 가족”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캄브로예 씨는 스페인 언론사인 ‘에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10년 동안 거대한 진보가 있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18세 이상의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80%는 성노동의 현장에 있었지만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대학이에요.”라고 전했다.
“우리 세대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배척당했어요. 트랜지션을 하고 있으면 가정을 떠나야 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를 들자면, 마냥 학업에만 전념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어요. 또 조롱과 폭력을 당하며 자라났어요. 이랬던 분위기가 변화해 온 건 행운이에요.”
캄브로예 씨는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이 변화를 일궈내기 위해 거대한 사회적 교육을 실천해왔고 트랜스젠더들의 권리를 강화해왔다며 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대한 진보’
캄브로예 씨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다른 소수자 집단과 마찬가지로 프랑코 독재 치하에서 경험한 억압을 계기로 각성했어요. 그리고 스페인 각지에서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목소리를 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성과를 만들어 냈고, 사회에 목소리를 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정당들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캄브로예 씨는 앞으로 이뤄내야 할 성과 중 하나로, 약 15년 전부터 요구해 온 트랜스젠더성의 비병리화를 외치고 있다. “트랜스젠더성은 정신 질환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에는 정신과만 있는 게 아니에요.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똑같아요.”
또 스페인 각지의 지자체가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제도와 자원을 마련했다고 강조하면서 그 중 특히 카탈루냐 주가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분리 없는 의료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선구적이라고 말했다.
캄브로예 씨는 스페인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노장의 트랜스젠더 운동가이다. 캄브로예 씨는 1977년*1) 스페인 최초의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참여한 이래, 젊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얼굴에서 “울상 짓고 있는 표정보다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어 “모든 곳에서 그렇듯, 사회는 위정자들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넘어야 할 평등이라는 산이 있고 트랜스젠더 인권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법은, 한편으론, 민주화 이후의 스페인이 수년 동안 트랜스젠더들에게 고의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게 가해온 폭력을 보상하는 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더불어 작년 국무회의 1차 회의를 통과한 트랜스젠더 인권법 법안이 아직도 국회를 최종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트랜스젠더를 지지하는 세력이 산체스 총리의 취임을 지지했던 세력보다 훨씬 더 큰데도 말이지요.”
캄브로예 씨는 트랜스젠더 인권법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받자 “정부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일 겁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산적한 과제들
캄브로예 씨는 “트랜스젠더들은 사실상 2008년까지 형법 431조에 고통받아 온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2) 우리는 경찰서에서 모욕을 마주했고 의료 시스템에서 소외되었으며 일자리를 위한 공공정책도 부족했어요.”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트랜스젠더의 85%가 정상적인 노동 환경에 접근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적 지원과 외과적 수술이 공식적인 의료 행위 목록에 포함돼 스페인 전국에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성별 변경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트랜스젠더 단체 연맹은 3워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긍정적인 시선으로부터”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연맹은 이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모델들을, 젠더정체성에 속박되지 않고 직업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 캠페인들은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캄브로예 씨는 일가(ILGA) 유럽의 지원을 받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성노동을 한다는 뻔한 편견으로 가득 찬 대중매체와는 다른 모습을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주
1) 본문에는 1976년이라고 나와 있지만, 스페인 최초의 자긍심 행진은 1977년 바르셀로나 행진이다.
2) 형법 431조는 ‘공공 추문에 관한 법’(ley de escándalo público)이라고도 불렸다. ‘미풍양속을 해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프랑코 독재 시기 당시에 성소수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였다. 이 법 자체는 1989년에 폐지되었지만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은 여전했다. 이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2008년은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차별 금지 사유로 명시된 “개인적 혹은 사회적 여건 및 처지”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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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작성: 21.12.16, 21.12.19(출처)
작성: EFE (스페인)
기사 원문 작성일: 22.03.30
기사 원문 제목: Mar Cambrollé (Plataforma Trans): Se ha avanzado mucho, pero queda trabajo por hacer
기사 링크: https://efeminista.com/mar-cambrolle-plataforma-trans/
(번역)
담당: 미겔
최초 게시: 22.03.31'스페인어권 > 스페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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