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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는 교육을 위해카탈루냐어권 2022. 6. 17. 20:58
절반 정도의 성소수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혐오적인 표현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5월 17일은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에 대한 존중과 관용은 아직 모든 면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 혐오가 무릇 사회 규범에서 벗어난 이들을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혐오는 아직도 그렇게 존재하고 있으며 학교라는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영국 성소수자 단체인 ‘스톤월’은 영국 성소수자 학생의 절반가량이 학교에서 ‘빈번히’ 혹은 ‘자주’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듣는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도 쉬는 시간에 ‘호모새끼’(marieta)라는 단어가 울려 퍼지는 학교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카탈루냐 방송통신대학(UOC)의 실비에 페레스 심리·교육과학 교수는 “이러한 단어의 사용이 개인의 특성이나 부정적인 상황과 연관 지어진다면 부정적인 영향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칫 동성애와 관련 있는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비하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혐오 표현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또래 집단 내에서 소외되고 낙인이 찍혔다는 감정을 줄 수도 있다. 또 청소년기와 같이 중요한 시기에 성소수자 혐오를 내면화할 위험도 있는데, 청소년기에 개인의 정체성과 성적지향이 발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혐오의 내면화는 우려스럽다.
‘스톤월’의 연구 사례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트랜스젠더 청년 5명 중 4명은 자해를 한 적이 있으며, 동성애자·양성애자 청년도 5명 중 3명은 자해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거부를 경험하고 느낀 자기 비하의 감정이 자해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카탈루냐 방송통신대학 아드리안 몬테사노 심리·교육과학 교수는 “자해가 성소수자 공동체에서만 관찰되는 특성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성애 규범적인 언어가 개인의 자유와 성적·젠더 표현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연구 결과는 예상된 결과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현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성소수자 단체인 ‘코감’(COGAM)이 2년 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89%는 ‘성적 지향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으며 ‘동성부부 가족도 다른 형태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가치 있다’라는 답변도 89%의 응답을 얻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들이 더욱 많은 직업적, 개인적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에도 기여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성애 규범주의는 가정에서부터 계속해서 해체되어야 한다. 가정은 자녀의 나이에 맞는 자연스럽고 적절한 대화를 통해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오직 대화하고 논쟁하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녀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감정과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의 역할
하지만 결국 학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 소재한 주안 펠레그리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크리스티안 올리베 선생님은 “오늘날 청소년들은 더욱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요. 신세대 청소년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과 단절을 이뤄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가시화와 일상화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증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교실에서 젠더를 다루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저희 학교는 전반적으로 다른 교육 현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인권 의식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시도되었던 여러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사례 중에는 ‘앨리스 실종사건’(Alice is missing)이라는 오프라인 RPG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미국 ‘헌터스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해 각종 상을 수상했고 스페인에서는 ‘데비르 이베리아’라는 회사가 게임을 수입·배포하고 있다. 앨리스라는 이름의 여성 청소년이 어떤 소도시에서 실종된 사건을 배경으로 각자 역할을 부여받은 게임 참여자들은 앨리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내야 한다. 참가자들은 실종사건에 연루된 여러 인물에 이입해 게임을 진행하는데, 참가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90분 동안 게임을 진행하지만 서로 일절 말로 대화를 할 수 없고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를 이용해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이 게임의 특별한 요소는 참가자들이 인물의 젠더와 성적지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게임이 진행되면서 성소수자 혐오적인 폭력이나 젠더 폭력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게임의 편집자인 바네사 카르바요 씨는 “저희가 이 게임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여기엔 똑같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에요. 이 게임은 정말로 성적 다양성에 있어 특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게임을 하고 나면 어린 학생들과 젠더 문제에 대해 폭넓게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요. 또 참가자 누구도 감정적으로 상하는 일이 없도록 안정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에요.”라고 말했다.
‘데비르 이베리아’는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스페인 시민단체와 협약을 맺고 게임 판매 수익의 3%를 기부하고 있다. 이 기부금은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에 사용된다. 또 게임 세트도 기부해 젠더 이슈 가시화를 위한 워크숍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움직임’의 사회운동·소통 부서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안 마사 씨는 “대중매체나 SNS 등에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은 청소년들이 좋은 모델로 삼을 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앨리스 실종사건’ 같은 게임은 교실에서 청소년들이 이러한 모델을 형성하는 걸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교사 연수를 통해 교사들이 성적·젠더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 주제를 교실 안으로 가져오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적 롤모델
청소년 문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젠더가 존재하는 현실과 여러 성애적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작품들이 등장해 왔다. 작년 세상을 떠난 카탈루냐 작가인 베르나트 코르만드 씨의 ‘머리는 꽃밭에’(El cap als núvols)는 만 10세 이상의 독자를 위해 쓰인 단편 소설로, 11살의 엘리에스가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람은 10대 초반부인 청소년 전기(preadolescence)에 개인으로서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사랑과 관련된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연령대를 다루는 작품으로는 카탈루냐 작가의 자우메 셀라 씨와 샤비에르 셀라 씨의 ‘브루나’(Bruna)가 있다. 만 14세 이상의 독자를 위한 작품인 ‘브루나’는 ‘브루’라는 이름으로 살던 남자아이가 ‘브루나’로 재정체화하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들려준다. 청소년기는 때론 복잡하기도 한 변화와 발견으로 가득한 시기인데,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더 복잡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특히나 최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하트스토퍼’도 영국의 앨리스 오스먼 작가의 만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 12세 이상의 청소년들을 위한 환상적인 작품인 ‘하트스토퍼’는 청소년기를 고통과 비현실성 없이 낙천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있던 찰리와 찰리를 만나며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깨달은 닉 사이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속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대인 배우들의 연기와 섬세한 연출, 배경음악 사이 조화가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설 같기만 한 장면들도 많지만, 이와 동시에 학교폭력이나 젠더 정체성, 건강하고 해로운 우정과 연애 관계 사이의 차이를 그려내는 등 청소년들의 현실도 그려냈다.
스페인에서는 ‘사느냐 죽느냐’(Ser o no ser)라는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에서 공연예술을 공부하는 만 16세의 트랜스젠더 청소년인 호엘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트랜지션을 시작한 호엘이 경험하는 격정적인 감정과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 배우인 안데르 푸치 씨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공연예술계에도 좋은 작품들이 극을 올리고 있다. 카롤 로페스 씨가 연출한 ‘(불)가능한 가족’(Família (Im)possible)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가시화하고 젠더 다양성을 향한 해묵은 편견을 그려내는 코미디 연극이다. 또 극단 ‘메아 쿨파’가 공연하는 ‘CR#SH (누구든 넘어질 수 있다)’(Cr#sh (tothom pot caure))는 청소년기를 다루면서 정신건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무대에 담아냈다. 이 연극은 이괄라다 시의 아동청소년 공연 축제인 ‘라 모스트라 디괄라다’에서 무대를 올렸고 다가오는 RBLS 청소년 연극제에서 관람할 수 있을 예정이다. 페레 앙글라스 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고 클라라 페야 씨가 음악을 감독한 ‘사랑’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성적 다양성과 젠더 다양성을 향한 시민사회의 감수성을 높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저녁식사 자리를 무대 배경으로 삼고 있다. 마타로 시에서 초연한 이 공연은 얼마 전 바르셀로나 가우디 극장에서 무대를 올렸고 현재는 카탈루냐 전역에서 순회 공연을 올리고 있다.
(출처)
작성: Mar Domènech, Ara (스페인 카탈루냐)
기사 원문 작성일: 22.05.27
기사 원문 제목: Recursos per educar contra la LGTBIQ-fòbia
기사 링크: https://criatures.ara.cat/escola/recursos-educar-lgtbiq-fobia_130_4376385.html
(번역)
담당: 미겔
최초 게시: 22.06.17'카탈루냐어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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