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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벽장 속으로 돌아가는 노인들
    스페인어권/멕시코 2022. 5. 26. 04:05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 멕시코시티에서 매년 진행되는 LGBT+의 자긍심 행진 모습.

    58세인 루이스 산도르 사모라(Luis Sandor Zamora) 씨는 자신의 평생의 소명이었던 노래와 춤에 최근 온전히 전념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 순간은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더 활짝 열어내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 대부분에 그늘을 드리우던 두려움과 침묵의 역학관계를 깨게 되는 것이다.

     

    산도르 씨는 '운'이 좋았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LGBT 중장년층을 위한 쉼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불안과 필요를 지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노인 성소수자들은 알려지지도 않고, 수치스러운 상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우울증, 고립 그리고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연구자와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와 같은 노인들 중 많은 인구가 "치욕스러운 상황" 속에서 가족친지의 집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여, "벽장으로의 귀환"을 결정해야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이 인구집단에 대한 정부정책의 부재 탓도 있지만, 이 집단의 존재 자체를 가시화할 교육이 부재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내 인생은 끝난 줄 알았어요"

    항공기 승무원으로, 또 여행사에서 오랜 세월 종사하고 난 후, 최근 몇 년 간 산도르 씨는 자신의 성적 지향성과 나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눈이 침침해지는 색소성 망막증 때문에 자신의 삶이 저물었고 두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함께 했던 커플 생활이 깨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내 인생은 끝난 줄 알았어요. 이렇게 중장년에 접어드니, 나 같은 사람들 중 몇몇은 '나는 혼자고, 함께 할 반려자도 없고, 멕시코에서 팔리는 미남도 아니고, 돈이 많지도 않아. 어쩌면 남들 방해 안되고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쭈구려 앉아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리고 이 점이 우리의 비가시성을 심화시켜요"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외에도 같은 성소수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나이와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한 차별이 더해지는 셈이다.

     

    "속이 쓰린 지점이라서 다들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게이가 된다는 것은 젊어야 하고, 돈도 좀 있어야 하고, 훈훈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는 엄청나게 바보 같은 생각이죠.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네가 가진 만큼이 너의 값어치이다'라는 명제가 지독하게도 지배적인 생각이고, 슬프게도 우리는 그러한 사고방식에 이끌려다녀요"라며 한탄한다.

     

    서로와 자신을 살필 수 있는 공간

    멕시코시티의 게이 합창단에 입단하기로 결심했을 때, 산도르 씨는 몇몇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이들은 그에게 "비다 알레그레(Vida Alegre, '행복한 삶'이라는 뜻)"라는 데이케어 센터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 센터는 활동가 사만사 플로레스(Samantha Flores)에 의해 2018년 3월에 설립되었고, 오늘날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문을 연다.

     

    "이곳에는 수공예 교습, 심리적/법적 지원, 영적 상담, 요가, 명사, 죽음에 관한 의학적 지식(사망학) 그리고 도서관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방면으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생긴 사례이고, 개인과 단체의 기부에 의해 운영됩니다"라고 본지가 인터뷰한 쉼터의 전 관리자 아르투로 아르코스(Arturo Arcos)가 설명한다.

     

    또한 "LGBT 노인들은 고립 속에서 늙어가게 되기 때문에, 자신과 서로를 살펴보고 심리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조금 더 교류하고 삶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지적한다.

     

    알라모스(Álamos) 지구의 촐라 거리(Avenida Xola) 184b에 위치한 '비다 알레그레'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각기 다른 수준의 심적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에요. 불안과 우울은 상수이죠. 깊은 고립감과 고독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는 노숙자들이 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가족과 사는 사람들도 온다. 그리고 이들은 별로 가족에 융화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몇몇은 자식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죠. 반려자조차 없기도 합니다"라고 아르코스가 덧붙인다.

     

    산도르 사모라 씨에게 이곳에 오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억눌렸던 것들이 되기도 하고, 실행에 옮기기도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매력 넘치는 사람들을 알아갈' 기회를 의미했다. "이곳에서는 애정과 인간미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죠. 많은 이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데 아직은 어렵지만요. 이 점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왜냐하면 이와 관련된 두려움, 트라우마 그리고 편견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벽장으로의 귀환"

    멕시코시티 자치대학의 성적 불일치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엑토르 살리나스(Héctor Salinas)는 LGBT+ 노인들을 위한 공공정책의 부재로 인해 많은 이들이 말년에 존엄한 삶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아가 저열한 조건 속에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떠밀리기도 한다고 밝힌다.

     

    "장년층에 들면서 이들은 직장은 없고 여러 취약성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벽장으로의 귀환'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공개하고 살아왔던 이들이 자신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면서 조카, 형제 혹은 친척들과 함께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탄스러운 조건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지요"라고 설명한다.

     

    이쪽 사회 분야의 가시성 부재, 그리고 이 때문에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은 상당 부분 성소수자 집단 내부의 나이나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인한 차별로부터 기인하고 있다고 이 연구자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LGBT 인권 운동판 자체에 (성적) 다양성은 젊은이들만의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품화 과정에서 게이스러움은 젊고, 하얗고, 어느 정도의 소비력이 있는 신체와 연동됩니다. 그리고 이는 매우 슬픈 지점입니다. 노인들은 어떠한 주목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한다.

     

    살리나스가 보기에는 이렇게 자식도, 배우자도 없는 많은 이들의 궁핍함을 막아줄 만한 정책을 세우는 것이 급박하다. 멕시코의 인구구성은 점점 노령화되는 쪽으로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들이 결국엔 늙게 될 것이란 점을 잊고 말았어요. 부부 사이에 자식을 보는 경우(출산율), 그리고 이성애자들이 결혼하는 경우(혼인율)가 점점 줄어들고(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는 점점 드물어집니다. 이 점은 우리로 하여금 노년층을,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성소수자를 위해야 한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유리창을 깨부술 시간입니다"

    공공보건과 섹슈얼리티 전문의인 하비에르 카브랄(Javier Cabral)은 LGBT 노인 인구의 '대두'라는 점점 분명해지는 이 현상을 두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약 덕분에 혈청감염자들이 장년층까지 살아나갈 수 있게 된 점 그리고 나아가 노인들도 섹스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챙겨준 비아그라의 도입 등을 그 요인으로 꼽는다.

     

    "예전이라면 에이즈로 3~4세대가 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 게이들이 죽는 소식이 뜸해졌죠. 의약품 덕분에 노년까지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비아그라와 인터넷은 노년층의 섹스라이프를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여기에 헌법적 권리에 맞춰 노년층을 향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보편화도 더해진다.

     

    이에 불구하고 카브랄은 많은 노년층 게이들이 "치명적이고도 끔찍한 고독 속에 남겨진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동년배들은 없고, 남아있는 동년배들은 동성애가 죄악이라는 종교적 선동이 만연한 가톨릭 가정 속에서 낙인 찍힌 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인구집단이 대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신체적 건강이 아니다. '동반자 없이 혼자 있다고, 낙인 찍혔다는 감정. 특히 게이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나이들었다는 점에서 오는 감정'이 우울증, 불안감, 나아가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하며, 특히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브랄은 이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유년시절부터 차별과 낙인찍기를 종식시키는 교육 캠페인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출처)
    작성: Fernando Camacho Servín, La Jornada (멕시코)
    기사 원문 작성일: 22.04.16
    기사 원문 제목: "Los adultos mayores regresan al clóset"
    기사 링크: https://www.jornada.com.mx/notas/2022/04/16/sociedad/adultos-mayores-regresan-al-closet/

    (번역)
    담당: 희중
    최초 게시: 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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