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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 "유럽만큼이나 포용력 있어요" … LGBT 커뮤니티의 피난처인 페루의 어느 밀림 속 도시
    스페인어권/페루.볼리비아.파라과이 2022. 8. 15. 01:03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 팬데믹으로 인하여 프라이드 행진을 배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

    페루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국제 보고서 및 동성애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집단이 처한 현실은 나아질 여지가 많아 보인다.

    페루 법은 동성 간의 결혼이나 어떠한 형태의 시민적 결합도 허용하지 않고 있고, 트랜스젠더를 위한 법적 성별 정정 또한 가능하지 않다.

     

    Promsex라는 NGO의 201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 학생 10명 중 8명이 자신의 성적(sexual) 조건으로 인해 학교에서 언어적 추궁을 받아본 적이 있으며, 다섯 중 하나는 공격 받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페루는 전세계 LGBT 단체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의 Equaldex라는 단체가 발행하는 전세계 평등지수에서 71번째를 기록했다. 남미 국가 중에서 비 이성애자에 대해 이보다 적대적인 여론을 보인 국가에는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뿐이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 말에 따르자면 이러한 현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곳이 있다. 이는 바로 인구 약 15만 명의 도시 이키토스이다. 로레토 주(Departamento de Loreto)의 수도이며, 페루 아마존의 한중간에 위치해 있어, [수도인] 리마에서 비행기로만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본 모습대로 살 수 있어요"라고 이키토스 주민인 동성애자 카를로스 벨라(Carlos Vela)가 BBC Mundo와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전반적으로 포용성이 매우 좋아요. 이곳을 찾는 많은 유럽인들이 유럽만큼이나 포용력이 있다고들 합니다"라고 실비아 바르바란(Silvia Barbarán)이 확증한다. 실비아는 이 도시에서 성소수자와 함께 다년 간 일해온 활동가이다.

     

    이키토스에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이키토스의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페루에서 가장 많이들 찾고 다채롭다고 명성을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프라이드를 대단한 열기를 가지고 엽니다"라고 카를로스가 언급한다. 페루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열려있지 않은 곳에서, 아마존의 고온다습한 열기는 축제 참가자로 하여금 페루 기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유분방함을 보이게 한다.

     

    발레리 라 마스(Valery La Mas)는 자신의 출신 도시인 콜롬비아의 레티시아(Leticia)를 5년 전 뒤로 하고 이키토스로 이주한 트랜스 여성이다. "우리가 살기에 콜롬비아가 페루보다 낫지만, 이키토스는 최근 몇 년 간 상당히 발전했어요. 이곳에서 트랜스 여성은 매춘에 종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밀림과 아마존의 두 지류 사이에 위치한 이 도시에서 성소수자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한 지역의 숙박시설에서는 트랜스 여성을 식당에 고용하고 있다.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이미지. 페루 아마존 한가운데에 보이는 이키토스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Promsex의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나 2017년 개봉한 영화 'Retablo'가 표현하는 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감독 알바로 델가도 아파리시오(Álvaro Delgado Aparicio)는 한 수공업자의 이야기를 통해 안데스 산악지방의 작은 마을들에서 호모포빅한 행동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였다. 밀림의 후덥지근하고도 원기 왕성한 기후는 안데스의 차갑고도 엄숙한 풍경과 대비된다. 이러한 차이는 종종 사람들의 성격에도 반영되기도 한다.


    이키토스의 높은 포용력은 아마존 밀림의 풍요로움, 선대 문명의 관능적인 요소, 브라질 주민들과의 잦은 접촉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아왔다.


    리마의 Movimiento Homosexual(동성애 행동)에 소속된 호르헤 차베스(Jorge Chávez)는 "항상 성소수자는 밀림에서 더 쉽게 받아들여졌다. 콜럼버스 이전 원주민 문명이 3개의 성 개념을 더 잘 받아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라고 의견을 낸다.
    이키토스와 밀림의 다른 곳들이 성소수자들의 피난처가 된 것은 그냥 벌어진 일은 아니다. 1980년대 극좌의 MRTA와 Sendero Luminoso의 무장 세력들에 의해*주1) 자행된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청소" 캠페인으로부터 이들은 도망쳐야 했다. 이러한 캠페인에 따라 1989년 5월 타라포토(Tarapoto)을 비롯한 곳에서 수십 명씩 학살 당하고는 했다.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사진 출처: Marie Hippenmeyer). Sendero Luminoso와 MRTA의 비 이성애자를 향한 폭력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집을 떠나게 했다.

     

    페루 로마 교황청립 가톨릭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Perú)의 인류학자 노르마 무예르(Norma Muller)에 따르면 "밀림의 사람들은 사랑과 성적 다양성에 더 열려 있는데, 이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달리, 죄와 연결 짓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종교적 부담이 적은 것은 호모포비아로 인해 박해 받는 이들을 위한 피난처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한 발레리 라 마스에 의하면 오늘날 '페루 성소수자를 위한 아름다운 섬'이 되었기도 한다.
    하지만 64세에 접어든 실비아 바르바란은 일이 항상 쉽게 풀리지만은 않았다고 돌아본다. "지역 언론에서도 비 이성애자들을 향한 폄하 발언을 자주 들을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은 2002년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죠. 여러 단체들과 함께 운동이 일기 시작했고, 교육과 의식화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바르바란은 연대가 힘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중요했던 지점 중 하나는 차별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단체들이 모두 모여 집단 항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의료기관에서 어떤 트랜스 여성을 상대해주지 않았을 때, 우리 모두 거리로 나섰고, 언론 앞에서 이를 고발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공간을 바꿔나갔고, 이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의 가시성이 상당히 확보되었습니다."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사진 출처: Getty Images). 밀림 지대 주민들의 다른 삶의 방식이 이키토스에서의 큰 포용력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HIV의 깃발

    실비아 바르바란은 성소수자와 골육지간이 된 이성애자 중 한 명이다. 2001년에 HIV에 감염되었고, 오늘날까지 로레토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질병의 위험성에 대해 자신의 이웃들에게 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하여 Lazos de Vida('삶의 연결고리') 협회를 창설하여 이 바이러스를 보균하는 아이들을 도왔고, 이 때문에 같은 이유로 활동하는 많은 LGBT 활동가들과 연락이 닿게 되었다.

     

    "게이 활동가들은 이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어요. 이게 도움이 많이 됐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파티를 즐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함께 하는 이웃들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거든요."

     

    이들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이키토스에서는 구하기 어려웠던 HIV를 대항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의 보급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리마에 있는 행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사진 출처: Cortesía). 이키토스의 게이 프라이드 행진은 페루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수 년 간의 활동과 인력 동원은 2010년에 이르러 성소수자에 대한 특별 보호와 강화된 참여를 보장하는 지방 조례가 통과되는 결실을 맺었다. 그 이후로는 학교에서 성(gender)을 이유로 언어적 추궁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 들어서기도 했다.


    바르바란은 "오늘날 성소수자 운동은 매우 견고하다"고 만족스럽게 자평한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페루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였는데, 활동가들은 집합 제한 규정을 어기지 않고 프라이드 축제를 열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도심부에 트럭을 앞세워 행진하는 대신 이키토스를 감싸고 도는 이타야(Itaya) 강에 작은 배를 타고 행진하는 것이었다. 2022년에 들어 긴 기다림의 시간 끝에 프라이드는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바르바란은 "팬데믹 이전처럼 많은 가족들이 오고 있다"고 기쁘게 말한다.

     

    남아있는 과제 *주2)

    하지만 이키토스의 LGBT 커뮤니티 안에서조차 너무 기뻐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국가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사진 출처: Getty Images). 페드로 카스티요와 케이코 후지모리는 비 이성애자 간의 결합에 반대하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기나 긴 법적 투쟁 끝에 헌법재판소는 수셀 파레데스(Susel Paredes)의 항고를 최근 파기환송한 바 있다. 수셀 파레데스는 미국에서 이뤄진 다른 여성과의 혼인 사실을 인정해달라고 청구한 국회의원이다.


    또한 국회는 지난 5월 혐오세력들의 주장에 따라 페루의 학교에서 성(gender)에 초점을 두고, 평등과 성적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성 간의 결합을 거부하는 것은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와 직전 대선에서 그와 각축을 벌인 케이코 후지모리(Keiko Fujimori)가 동의했던 지점이다. 이러한 일치 현상은 많은 이들이 페루 사회의 보수적 시선과 천주교 및 개신교로 대변되는 가족들이 지닌 무게감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BBC Mundo는 정부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여성/사회적 약자 부(Ministerio de la Mujer y Poblaciones Vulnerables)는 입장 표명 요청에 대한 즉답을 하지 않았다.

     

    로레토 지방에서의 HIV 예방은 아직도 숙원사업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리마 시 다음으로 많은 감염 사례가 있는 지역인데 말이다.

     

    지방 정부의 공무원이며, 나라를 통틀어서 공직을 차지한 몇 안 되는 트랜스 여성인 카롤 카로비(Carol Carobi)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트랜스젠더의 상황은 동성애자들에 비해 열악하며, 이키토스의 여러 지역에서도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과정 중에 있습니다."

     

    실비아 바르바란은 다음 도전과제가 무엇인지 이렇게 밝힌다. "최근 몇 년 간 이키토스는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어요. 하지만 작금의 과제는 사회의 다른 자리를 차지하는 것, 특히 정치적인 자리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주
    1) MRTA(투팍 아마루 혁명운동)과 Sendero Luminoso(센데로 루미노소) 모두 1980년대까지 각각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세력을 떨쳤던 반정부 극좌 게릴라 조직이다. 공산주의 운동(레닌주의, 모택동주의 등)을 모델로 하여 범사회적인 테러를 일삼았고, 페루의 치안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2) 우리 블로그에서 2022. 1.18. 발행한 [페루] 2021 돌아보기: 정치 변화에도 혐오 범죄는 늘어를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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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2021 돌아보기: 정치 변화에도 혐오 범죄는 늘어
    링크: https://lgtbiromanicis.tistory.com/86
    원문 작성: 21.12.29.

     

    (출처)
    작성: Guillermo D. Olmo, 트위터 @BBCgolmo (BBC News Mundo)
    기사 원문 작성일: 22.06.29
    기사 원문 제목: "Hay tanta tolerancia como en Europa": la ciudad en la selva de Perú que es un refugio para la comunidad LGTB
    기사 링크: https://www.bbc.com/mundo/noticias-america-latina-61975615

    (번역)
    담당: 희
    최초 게시: 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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