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페루] '성소수자라 조국에서 도망쳐야 했어요'
    스페인어권/페루.볼리비아.파라과이 2022. 1. 13. 21:14

    기사 원문에서 수집한 사진


    이 년 전 플로르는 조국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한밤중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플로르는 여자친구와 함께 택시를 잡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야구 배트를 들고 다가와서는 플로르에게 '여자 좋아하냐'라고 물었다. 플로르는 대답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를 뒤쪽으로 떠밀고는 달리라고 소리쳤다. 여자친구가 달아나는 와중에 발길질과 주먹질이 날아 들어왔다. "얻어맞았다는 것만 기억나요. 바닥에 쓰러진 저를 일으켜서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더라고요. 눈썹, 코, 입 할 것 없이 곤죽이 됐고, 갈비뼈도 다쳤어요."

    여자친구는 형제들과 함께 돌아왔고, 플로르의 상처를 소독했다. 같이 경찰서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야기했고, 경찰관이 '왜 그 사람들이 달려든 거냐'라고 묻길래 설명했다. '당신 레즈비언이냐'라고 묻길래 맞다고 하니 '그러면 안 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러지. 당신 못 도와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검찰에서도 똑같은 소리뿐이었다. '저속하다'며 '제 사무실에 안 오신 걸로 하겠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는데 '게이 새끼들, 레즈 새끼들 일 보는 데가 아니다. 여기는 진짜 심각한 일이 있을 때나 오는 곳이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 후로는 스토킹이 시작됐다. 플로르가 일하는 학교까지 세 남자가 쫓아오더니 다시 폭행이 이어졌다. 학교에 말했더니 조치는 커녕 '당신 같은 사람이 학교에 있으면 아이들만 위험하다'며 플로르를 해고할 뿐이었다. 어쩔 도리가 없자 가족과 여자친구는 플로르에게 동생이 지내는 스페인 산탄데르 지역으로 가라고 했다. 플로르는 이를 처음에는 거부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지금은 구타지만 나중에는 강간이나 살인일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있을 지라도 살아있는 게 중요하다'길래 마음을 바꿨다.

    여행 가방을 꾸린 후, 택시 뒷좌석에 몸을 숨긴 채 공항으로 향했다. '산탄데르에 와서 이 자유로운 도시와 사랑에 빠졌어요. 제일 먼저 머리부터 잘랐어요. 동생의 집에는 두달 밖에 안 있었어요. 동생이 나를 먹여 살릴 수는 없으니까 밥 얻어먹으려고 사회봉사단체인 코시나 에코노미카에도 가보고, 적십자에도 가봤어요.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얘기하니까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수 있을 거라 얘기하는 변호사가 있길래, 망명을 신청했어요'

    적십자의 수용 프로그램에서 플로르에게 아코루냐에 숙소를 마련해주었다. 길바닥이나 쥐가 우글거리는 술집 뒷마당에서 자던 플로르는 셰어 하우스에 정착했다. 분쟁지역 출신이나 자연재해를 겪은 이들에게 스페인 체류를 허가해주는 레드카드를 발급받은 상태였고, 정치적 망명 허가가 날거라 확신했지만, 결국 반려되었다. 그래서 다른 체류 허가 제도인 사회적 정착 제도를 택했다. "망명 신청이 반려되었어요. 아마 페루에 호모포비아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겠죠. 다른 국가들에 비해 페루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국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직 저 같은 사람들은 숨어 살아야 해요. 저는 성소수자라 제 조국을 떠나야 했어요. 여기는 더 자유로워요"

    플로르는 이후 건설 일과 목공 일을 배웠고 지금은 아르테익소 지역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연말에 스페인에 오기로 한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며 정체성이 변했다. "이건 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 오래 이성애자 여성인 척하면서 살았어요. 스스로를 문제시했어요. 거울에 제 모습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성소수자 단체인 알라스(ALAS)에 가서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난 여자친구가 있고, 가족이 페루에 있다는 것만 알겠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우선 니 이름이 마음에 드냐'라고 묻더라고요."

    플로르의 새 이름은 알렉스다. 알렉스는 플로르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트랜지션을 시작하려 한다. "저는 남자예요. 가족들도 이제 제가 플로르를 묻어버리고 알렉스로 새로 태어날거라 생각해요. 저는 플로르에게 너무 고마워요. 플로르가 없었다면 저는 이렇게 강한 사람이 될 수 없었을 거고, 이렇게 평탄한 길을 걷지도 못했을 거예요. 단순히 옷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괜찮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저는 단지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일 뿐이에요."

     
    (출처)
    작성: Melissa Orozco, La Voz de Galicia (스페인)
    기사 원문 작성일: 21.12.26.
    기사 원문 제목: Alex Lévano Erguiaga Chico trans peruano que vive en A Coruña: «Tuve que irme de mi país por ser LGBT, en esta ciudad me siento libre»
    기사 링크: https://www.lavozdegalicia.es/noticia/coruna/2021/12/22/alex-levano-erguiaga-chico-trans-peruano-vive-coruna-irme-pais-lgbt-ciudad-me-siento-libre/00031640198493913898167.htm


    (번역)
    담당: Fabrizio
    최초 게시: 21.01.0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