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머리말: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을 지지하는 여성주의자-성소수자 단체인 ‘여성주의자-성소수자 공화국(República Feminista-LGBTI)’의 주최로 2월 22일, 23일 이틀 간 코르네야 데 요브레가트에서 ‘여성주의자-성소수자 좌담회(Jornades per la República Feminista i LGBTI)’가 개최되었습니다. 그 중 다섯 번째 세션인 ‘여성주의적 영토: 성적소수자의 출향에 대한 저항’에서 발표자들이 한 주요 발언들이 주최 단체 트위터에 잘 정리되어 게재되어, 그 내용을 번역하여 이하 게시합니다. 좌담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republicafeministalgbti.cat/, 카탈루냐어만 제공)를 참고.
비센트 카네트: “성적소수자의 출향(sexili)*1)이란, 성적소수자인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의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을 그대로 지키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거주지를 옮겨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강제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리아 로도: "출향은 생존 전략이고 저항의 표시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전략을 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독립을 할 여건이 되지 않거나 사회계층상 문제로 인해 집을 떠날 수 없는 청년들이 그렇다."
마리아 로도: "문제는 여러분 각자가 사는 도시다. 각 도시가 더 보수적이니 덜 보수적이니 하는 것보다 사회적 통제(control social)가 문제다. 고향에서 내가 파트너와 함께 손을 잡고 다니면 내 가족과 아는 사이인 누군가가 그러고 다니는 날 볼 수밖에 없다."
마리아 로도: "만레사*2)에서는 젊은 사람들부터 아이를 둔 레즈비언 커플에 이르기까지, 공공장소에서 연인 티를 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겉으로 어떤 모습이 드러나는지(el passing)는 매우 중요하다. 공공장소에서 감추면, 폭력을 덜 겪는다."
누리아 사두르니: "성정체성과 젠더정체성은 많은 경우 대도시에서부터 (그 이론이) 정립되고 그것이 마을공동체와 소도시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대도시에서 나오는 수행과 담론들은 모든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게 '환상적인' 바르셀로나에서 살고 싶게끔 만든다."
누리아 사두르니: "앞서 말했듯이, '마을은 작고 지옥은 크다'. 마을 자체가 작다거나 성소수자혐오적인 것보다, 마을 사람 모두가 당신을 알고 있단 것(이 문제다). 때때로는 작은 옆 마을에 가는 것만큼이나 쉽다."
엘리오트 보라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의료지원, 특히 성전환수술 관련 지원 문제 때문에 바르셀로나로 이주하는 게 필수적이란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순수한 필요성 때문에 고된 출향을 한다. 자신을 받아주고 스스로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다면 그래,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 건강 문제 때문에 이주해야 한다."
엘리오트 보라스: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주의적 공간 속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세계 여성의 날 총파업 때 우린 모욕과 공격을 받아내야 했다. 그들이 받는 공격에 대해 보고 들은 게 있다면 도와 달라. 그들이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행동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누리아 사두르니: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주해 사는 것이나 주말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나가는 건 결국 ”바르셀로나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누리아 사두르니: “출향이라는 행위도 매우 남성 위주로 이루어진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거나 돌볼 사람이 있다면 고향을 떠나는 건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마리아 로도: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모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과 같은 게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들을 보고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과 같은 성소수자들이 비가시적이라면 어떻게 애정적이고 성적인 관계를 가진 삶(vida afectiva i sexual)을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마리아 로도: “게다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3)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축제 공간 또한 없으며, 같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도 적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 되고, 여러 폭력과 억압만 견뎌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신을 향한 사람들의 몰이해도 견뎌내야 한다.”
마리아 로도: “산다는 건 단순히 동네에 맥주 한 잔 하러 간다는 것이 아니라 일도 하러 가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 기회가 적은 곳에 살면서 억압 받지 않고 스스로를 온전히 표현하고 다니는 것은 더 복잡한 일이다.”
마리아 로도: “산다는 건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이나, 성전환수술이나 보조생식술(ART)과 같은 의료서비스, 지금 진행 중인 이런 좌담회 같은 것이 그 예다.”
엘리오트 보라스: “트랜스젠더들에게 직장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바르셀로나에는 아직 몇몇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회사들이 있고 이는 결국 트랜스젠더들로 하여금 바르셀로나로 아주 이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엘리오트 보라스: “또 다른 문제는 애정적이고 성적인 만남(trobades afectivosexuals)을 가질 수 있냐는 것이다. 트랜스젠더들은 이와 관해서 정말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이 영역은 우리에겐 아직 불확실한 영역이며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엘리오트 보라스: “예를 들어, 몇몇 ‘분위기 좋은 클럽’에서 주민등록증 성별이 변경되지 않은 걸 문제 삼아 몇몇 트랜스젠더 남성들의 입장을 거부한 사례를 알고 있다. 성소수자를 위해 만들어졌을 공간을 이용하고 싶어 바르셀로나로 이주하지만 결국엔 아무 곳에도 들어갈 수 없다.”
마리아 로도: “요즘은 귀촌(idil·li rural, 歸村)이 유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염, 질병, 성급함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트렌드다. 이런 대안적인 움직임은 ‘자유의 공간, 도시’라는 아이디어와 충돌한다.”
마리아 로도: “성소수자 중에도 귀촌하여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든 경우가 있다. 바제스, 바예스, 지로나 등에서 그런 사례가 있는데 귀촌한 후 사회적 통제(control social) 때문에 억압 받은 적이 있냐고 물으면 각기 다른 대답이 돌아온다.”
마리아 로도: “이와 같은 새로운 성소수자-여성주의적 현상은 매우 중요한 (사회) 변화 기제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외지에서 온 이주자들은 이주해 간 현지의 삶의 양상에 무지한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현지의 성소수자들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누리아 사두르니: “이러한 ‘새로운 모습의 시골’은 시골이라는 배경 외에도 다른 여러 요소들이 그곳에 사는 성소수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준다. 가로차*4)에서 성소수자로 살 수 있을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밖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들 간 차이는 매우 크다.”
엘리오트 보라스: “내 주변엔 아이를 가진 레즈비언, 게이 커플들이 많은데, 내가 처음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 했을 때 큰 문제를 겪은 적이 없다. 지금은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시골 지방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고 도시에서 우리는 계속 고통 받는다.”
마리아 로도: “만레사에서 2013년과 2018년 두 번 현장 조사를 했는데 중요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만 25세 미만의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여 그 정보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들이 겪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유형별로 구분해 파악하고 있었다.”
마리아 로도: “예전에는 병원에서 특정 환자들에게 충분히 잘 대처하지 못하기도 했다. 요즘은 40대 이상의 성소수자들이 그 상황을 겪고 있다. 5살 아이의 주치의가 그 아이가 엄마만 두 명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례를 보기도 했다.”
누리아 사두르니: “지로나*5)에서는 젊은 레즈비언들이 매우 많이 가시화되고 거리에서 연인과 손도 잡고 다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게이들에게서는 이러한 점이 관찰되지 않는다. 세대가 바뀌면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엘리오트 보라스: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지 5년째가 되는 것과 10년째가 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오늘날 우린 좀 더 가시화되기는 했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큰 기업체들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렇게 뭔가 시작되고는 있는데 어떻게 그걸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누리아 사두르니: “(성소수자들의 겪는)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사회화 공간에 대한 문제이다. 취미나 소비의 공간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로나에는 ‘LGBTI 공간’이라는 곳이 있지만 별다른 활동이 없다. 가시성과 참여도의 문제다.”
누리아 사두르니: “출향과 크루징은 도시의 인구 조절 정책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각 도시의 정책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고, 강도가 심하면 도시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바르셀로나도 예외가 아니다.”
마리아 로도: “공공 공간의 통제와 도시의 시장화를 야기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적인 정책은 다양한 이유로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자주 도시 밖으로 내쫓는다. 도시 안에서 다른 많은 것들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섹스도 못 하는 거다.”
누리아 사두르니: “예산 없이 공공정책을 실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카탈루냐 정부가 이러고 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여러 법들을 통과시켰지만 그를 실행할 예산을 주지 않았다.”
마리아 로도: “공공정책을 기획하는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그 행동이 유효한지 만지를 떠나서, 오늘날 성소수자 정책은 이제까지 우리가 말할 필요성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주제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마리아 로도: “아이를 가진 젊은 게이들도 분명 있지만, 아이를 가진 레즈비언들의 데이터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그들은 보통 고향에 남는 선택을 한다.”
마리아 로도: “레즈비언 커플이 얼마나 많건 간에, 아이를 가진 안정적인 커플로서의 지위는 매우 규범적이고 따라서 그 (규범)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학부모 모임, 학교, 보건 기관 등 온갖 공간에서 새로운 논의거리가 되고 있다.”
엘리오트 보라스: “트랜스젠더 수용에 있어서 카탈루냐가 선구적이라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에서 그저 최소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른 곳엔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카탈루냐로 온다.”
엘리오트 보라스: “지금 우리는 카탈루냐 내부에서의 출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카탈루냐로) 와서 불행히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탈루냐가) 포용의 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누리아 사두르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국적으로 강력한 운동이 일어나는 건 매우 좋은 일일 것이다. 출향 문제를 끔찍히 나쁜 무언가로 규정하는 관점보다 우리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관점에서 출향 문제와 싸워 나가는 건 좋은 생각 같다.”
마리아 로도: “운동은 강력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운동과도 연계되어야 한다. 많은 사회 운동에서 강력한 성소수자 혐오가 남아 있고 이러한 혐오 경향은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주류 운동 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운동할 수밖에 없게 강제한다.”
- 해당 세션에 관하여 트위터에 게시된 타래 중 발언이 담긴 트윗만 번역
*역자주 1) 이번 세션에서 주제로 삼는 ‘sexili’는 ‘sexe(성, 英 sex)’와 ‘exili(추방, 英 exile)’의 합성어로, 성소수자들이 고향에서 겪는 차별, 불평등, 제도 미비 등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나 국가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킴. 이 글에서는 이를 일괄적으로 ‘출향(出鄕)’으로 번역하였음.
2) Manresa.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로 약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인구 7만 가량의 카탈루냐 내륙 바제스(Bages) 지역 중심 도시.
3) 문장에 주어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앞뒤 문맥을 고려했을 때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판단됨.
4) La Garrotxa. 카탈루냐 중북부에 위치하며 화산지대에 걸쳐 있는 산골지방. 전체 인구 약 5만6천이며 중심도시 올로트(Olot)에 전체 인구의 6할이 거주.
5) Girona. 바르셀로나에서 고속철도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인구 10만 가량의 카탈루냐 북부 지로네스(Gironès) 지역 중심 도시. 카탈루냐 4대 거점 도시(바르셀로나, 타라고나, 예이다, 지로나) 중 한 곳.